“조선소보다 더 바쁩니다.” 한 선박엔진 제조사 관계자의 말이다.
조선업 수퍼사이클과 친환경 바람을 타고 선박엔진 시장이 활황세다.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중국 조선소들의 주문 쇄도로 수년여만에 야근ㆍ특근으로 주문량을 소화할만큼 공장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의 3분기 가동률은 146.3%까지 치솟았다. 전년(124.6%) 대비 21.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한화엔진(옛 HSD엔진)도 가동률 98.5%로 사실상 풀가동 체제에 돌입했으며, HD현대마린엔진은 가동률이 전년 27%에서 57.7%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사업장 가동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정상 조업을 넘어 야근과 특근을 통해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적도 고공행진이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3분기 매출 8100억원, 영업이익 9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7%, 28.8% 성장했다.
그룹사에 편입된 선박엔진 전문 제조사들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2월 사명을 교체하며 본격적인 한화그룹 편입을 알린 한화엔진(구 HSD엔진)은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매출(2961억원)이 57.8% 늘었고, 영업이익(153억원)은 1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수주잔고는 3조242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덕분에 올해 7월 HD현대 계열사로 정식 편입된 HD현대마린엔진(옛 STX중공업)도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HD현대마린엔진의 올 3분기 매출은 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늘었고, 영업이익도 88억원으로 29.4%나 뛰었다. 사업장 가동률 역시 전년 27%에서 57.7%로 두 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선박엔진 제조사들이 호실적을 누리게 된 배경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중립 규제가 강화되며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중연료(DF) 엔진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어나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박용 엔진은 선박 건조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엔진기계사업부의 3분기 매출액은 조선사업부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영업이익률에선 12.2%로 조선사업부(6.3%)의 2배가량일 정도로 알짜인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발 수요도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국 내에서 이뤄지는 엔진 생산량만으로는 넘치는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기술장벽이 높은 친환경 엔진의 특성상 글로벌 선사들도 엔진에 있어서는 한국 업체들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화엔진은 올해 3분기 매출의 45.2%가 중국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올 3분기 매출의 약 30% 정도가 중국의 시아멘시앙유(XIAMEN XIANGYU) 그룹에서 이뤄졌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선박엔진 제조사들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고압 직분사 방식의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한화엔진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함께 암모니아 엔진 개발에 나선 상태다. HD현대마린엔진은 LNG 이중연료엔진(ME-GI)와 LPG 이중연료엔진(ME-LGIP)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 대형조선소 물량을 확대하고, 조선소별 주력 선종에 대한 맞춤형 대응을 강화하는 등 영업 전선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선 향후 수소ㆍ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엔진 시장이 열리면서 기술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의 수혜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될수록 다양한 연료 엔진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유럽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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