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희 님
인스타에 맨날 뜨는 쓰레드 광고 링크를 무시하다가 광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쓰레드에 글을 몇 개 올렸더니 갑자기 그간 내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소름~ 이었던 글은 복지몰에 입점할 업체를 찾는 글이었는데, 댓글 800개가 달렸고 글 쓴이가 설문을 막아놓는다고까지 말했던 글이다.
링크드인은 뭔가 프로패셔날한 곳으로 점잖고 예의 잘 지키는 곳이고, 페이스북은 스타트업 종사자와 투자자 혹은 그 유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라면 쓰레드는 분명 키워드는 유사한데 광장으로 나와 날 것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말 대신 자영업, 소상공인, 1인 기업으로 몇 년간 투자 없이 본인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알고리즘 추천으로 올라왔다. 이들은 이미 지난 10여년간 스타트업에서 투자하여 이미 대중화된 여러 SaaS와 여러 tool이 범용화 단계에 이르러 마치 널리널리 적용되어 극강의 효율화를 이루고 있었다.
딥씨크의 멤버들은 신입 아님 쥬니어들이라는 기사처럼 새로운 영역에 가장 빠르게 들어오는 사람들은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공손하고 예의바른 고학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쓰레드는 반말로 이야기 하는 인스타나 트위터 같은거 쯤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1인 기업, 자영업자들은 프로필에 '1인 기업, 연 매출 20억' 의 학력 /경력 대신 내가 이룬 성과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youtube로 마케팅이 막 시작되던 옛날옛날 그 시절에 갔던 강의에서 새로운 SNS에서의 마케팅을 하고자 했던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의 고뇌가 기억난다. 이걸 대체 어떻게 임원에게 보고해서 마케팅비를 타와야하는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다며 인스타 / youtube 마케팅이 주류가 아니던 시절에 이를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쓰레드에 가면 생성형 AI + 긱 워커 / 프리랜서 구인구직 + 여러 생산성 Tool + 관련 업체들의 환상적인 최적화 콜라보의 예시를 많이 볼 수 있다.
근면성실하게 여러 모임에 참여하고 신뢰 자본으로 네트워크를 쌓던 기존 세대들의 비즈니스 방법과 달리 필요에 의해 사람을 찾고 여러 AI를 섞어 써가며 스스로 자신의 일을 만드는 사람들이 대거 등장했다. 우글우글 이라는 단어가 좀 음ㅁㅁㅁ 그렇지만 정말 그런 사람들이 들 끓는다. 다만 이들이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 데이터로 통계화하기 어려울 뿐.
링크드인에서는 수백/수천억을 하는 회사의 00 담당자로 의사 결정권자인 사람들을 타켓할 수 있다면 쓰레드는 나 스스로 의사 결정자이며 해당 사업의 오너인 1인 10역쯤 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그간 B2B에서는 이런 사람들은 확장성이 높지 않으니 타켓이 아니었겠지만 뭔가 B2C와 B2B 중간 어딘가에 있는 이 집단이 아주 강력하다.
만약 복지몰에 들어올 업체를 찾아야 한다면 이메일로 업체를 모으거나 타 업체에 입점한 곳들을 찾거나 소개를 받아야 했다면, 이제는 신입이 하루만에 1000개 업체를 모을 수도 있는 세상이 왔다. (이 내용을 쓰신 분은 참고로 어딘가 소속된 분은 아니시고 신입도 아니신 듯) 즉, 우리가 사회 생활은 이래야 한다라고 했던 것들이 정말 꼰대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쓰레드를 보면 근면 성실, 시간의 누적, 꼬박꼬박 받는 월급의 의미가 정말 너무 올드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다들 자유롭게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며 본인의 업을 새롭게 정의 하는 사람들만 가득한 것 같다. 점과 점으로 연결된 엄청난 집단의 힘을 보고 있다.
'쓰레드야 나를 00에게 데려다 줘' 라는 이 코멘트는 그간 사람을 매칭하고 찾던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 될 것 같다. 쓰레드 자체가 플랫폼이 되어 무료로 순식간에 사람들을 찾고 협업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00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쓰레드의 알고리즘을 타고 줄줄이 댓글로 연결연결된다.
아픈 아이의 증상을 사진으로 찍어 걱정이 한가득인 엄마에겐 소아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조심스레 의견과 조언을 댓글로 달아준다.
이런 예시들만 보아도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여러 플랫폼들과 규칙과 룰이 많은 유로 서비스들이 마구 떠오르지 않나.
스타트업 관련 글 몇 개 올렸는데 그간 보인 내용들이다. 올리는 글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겠지만 이미 몇몇 젊은 VC, 변호사, 회계사들도 쓰레드에서 영업을 시작하고 PR을 하고 있다.
쓰레드는 기본적으로 반말이다. 누군가에게 반말이 가능하다는 것은 최소 수평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는 의미인데 이 반말 때문에 쓰레드를 못하시는 분들도 많은 듯하다. 용암처럼 들끓는 이 사람들을 고객화 할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시장 타켓이 될 듯하다. 아직 이들에 대한 리포트/ 가치가 수면으로 안 올라왔지만 이들을 보면 그간 투자 시장에서는 환영 받지 못했지만 찐으로 사업가로 성장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 쓰레드 한 번 해보세요.
해본다 = 글을 쓴다. 반말로.
쓰레드에 마케팅 시작한 기업들 리스펙 - 승인 우찌 받으셨을고